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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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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는 도영과 처음 만나던 날이 떠올랐다.
그녀가 아주 어릴 적에 집을 나갔다는 엄마의 얼굴은 기억도 안 났다.
하루하루 막 노동으로 먹고 살던 아버지가 술에 취해 한겨울 길바닥에서
동사한 것이 그녀 나이 9살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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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으로 보내진 그녀는 다행히 성실한 원장을 만나 별탈 없이
자랄 수 있었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졸럽하던 겨울방학 때, 대학에 다니던 원장 아들한테
어이 없이강간을 당했다.
아들의 그런 사실을 숨기려던 원장 때문에 쫓겨나 다시피
고아원을 나온 그녀는 자기에게도 그렇게 감싸줄 엄마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 눈물이 솟구쳤다.
뭄과 마음이 모두 지쳐버린 그녀는 갈 데 없이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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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의 시장은 장보러 나온 사람들로 복적거렸지만
어느 누구도 그녀를 눈여겨보는 사람이 없었다.
코끝을 파고드는 밥 냄새에 이끌려 어느새 시장골목으로 발걸음
옮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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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랑 옷가방 하나 들고 휘청휘청 걸어가던 주희는 백반집에서 나오던
남자와 부딪혀 나동그라졌다.

"어, 뭐야? 눈 똑바로 뜨고 다녀!"

우락부락하게 생긴 남자는 재수 없다는 듯이 자기 옷을 툭툭 털더니
그냥 가버렸다.
그녀는 길바닥에 뒹굴고 있던 가방을 집어들었다가 그 무게를 못 이겨
그냥 맥없이 주저앉았다.
몸을 파고 드는 찬 기운에 가방을 꼭 끌어안고 가게 벽에 기대앉아 있자니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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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톡 얼굴에 와닿는 차가움에 눈을 떠보니 하늘에서는
팔랑 팔랑 벚꽃잎 같은 눈이 떨어지고 있었다.
하얗게 쌓이는 눈을 보며 주희는 이게 솜이불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저녁 어스름을 등지고 도영은 건들거리며 걸어왔다.
저녁밥 먹으러 가게로 들어 가려던 그는 문득 이상한 느낌에 가게 앞에
주저앉아 눈을 뒤집어쓴 주희를 쳐다봤다.
순간 주희와 도영의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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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뭐하는 거요?"

"배가 고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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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먹은 저녁이 주희에게눈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맛난 밥이었다고
기억되었다.
남들 다 먹는 그냥 된장찌개에 김치에 뻘건 고등어조림 한 토막이었지만
자신만을 위해 차려진 밥상을 받아 본 것이 얼마 만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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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뚫린 구멍을 메우려는 듯 그녀는 열심히 밥을 먹었다.

"체할라. 천천히 먹어요. 밥집이라 밥은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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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 좋게 생선가시도 발라놓고 물도 떠다주며 살갑게 대하는
아주머니를 보자 그녀는 목이 메었다.
문득 차려놓은 밥도 먹지 않고 자기를 쳐다보는 남자의 시선을 느낀 주희는
고개를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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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살이지? 미성년인 것 같은데?"

남자는 다짜고짜 반말이었다.

"밥이나 다 먹고 나면 물어봐라. 누가 형사 아니랄까 봐..."

형사, 그럼 이 남자가 경찰이란 말인가. 그럼 난 어떻게 되는 거지
하는 생각이 그녀의 머리 속으로 빠르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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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가 밥 먹던 손길을 멈추자 아주머니는 부드럽게 등을 쓸어 주며
다시 먹기를 재촉했다.

"괜찮으니까 마저 먹어요. 말이 형사지, 이제 막 걸음마 시작한 햇병아리야"

"에이, 형사면 형사지. 햇병아리는 또 뭐유."

퉁명스럽긴 해도 남자의 말투에는 정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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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값 대신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주희는 아주머니가 물어보는대로
띄엄띄엄 자기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녀의 지나온 삶에 같이 마음 아파하며 들어주던 아주머니가
그녀를 향해 물었다.
"그럼 우리 집에 있을래요? "
"어, 김여사? "
눈이 휘둥그래진 남자와는 달리 아주머니는 의외로
간단하게 말했다.
"뭐 어때서 그러냐? 너야 맨날 밖으로 돌고 코빼기 보기도
힘든데 나도 적적했던 참이니 잘됐지 뭐. 딸 하나 생겼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좋으냐, 안 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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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의 다정한 말에 주희는 기어이 눈물보가
터졌다.

"아이구, 어린 게 얼마나 고생이 많았누..."

그녀의 머리며 등을 쓸어주는 손은 투박했지만
한없이 따뜻해서 얼어버리려던 그녀의 마음을 포근하게
녹여주었다.
가게에서 잔심부름하는 그녀를 보고 밥 먹으로 오는
단골들이 누구냐고 물을 때마다 아주머니는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

"응, 내 딸이야."

"아니, 아들 말고 딸도 있었수? 재주도 좋아, 어디서 이렇게
큰 딸이 생겼대?"

"왜 부럽수?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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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그녀는 도영의 어머니를 어머니라고 부르며
같이 살게 되었다.
그게 벌써 3년 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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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Ú2008/06/22 00:31¡Û | to¡¼ka #- | [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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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Ú2008/06/22 12:29¡Û | mai #/.3oHlw6 | [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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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Ú2008/06/23 08:01¡Û | azarashi #- | [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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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Ú2008/06/23 08:27¡Û | #- | [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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